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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을 위한 에세이     

 

이 이야기는 여러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다.

 

매튜와의 카누여행

고래들은 해협의 한가운데에서 물을 내뿜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없었으나 그 소리만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들렸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 숨은 너무 거대해서 허파가 우리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오후 내내 우리는 그 소리를 들었다. 마치 사람의 소리 같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항해용 카누의 노를 저었다. 마침내 다가선 것은 혹등고래의 무리였다. 그중에는 한 마리의 향유고래도 있었다.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하루 종일 우리의 왼편에서는 강치와 같은 바다 포유류들의 숨소리가 들려 왔다. 우리는 실체 없는 그 소리들을 벗삼아 계속 나아갔다. 얼마쯤 갔을 무렵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의가 없던 매튜와 나는 비닐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항해를 계속했다. 처음엔 비닐봉투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신경이 예민해 졌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그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음을 되었다. 

매튜는 내가 아는 가장 놀라운 생각을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옛날 사람들이 동물의 똥을 말려 연료로 썼다는 것을 알고 도시에 버려진 개똥을 발효시켜 연료로 만드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는 그 기계를 이용해 커피나 차 등을 끓여 마시는 포장마차도 만들었다. 그는 MIT를 졸업하고 그 기계를 만들어 주로 시골 마을에 기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카누에 그 기계를 실고 북쪽 섬에서 남쪽 섬으로 가고 있다. 카누는 구부러진 맹글로브 나무와 바닷가로 떠내려 온 비닐 따위를 엮어서 만들었다. 나는 약간의 치즈와 커피, 두 조각의 비스켓을 카누를 만든 노동에 대한 보수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해변에 상륙해서 밤을 지냈다. 몸이 다 젖었기에 바닷가에 밀려온 나무 조각들로 모닥불을 피웠다. 우리는 번갈아 불침번을 서며 잠을 자기로 했지만 너무나 피곤해서인지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우리는 어제 해협에서 만났던 혹등고래 무리를 다시 만났다. 그들의 허파에서 뿜어내는 거대한 숨소리가 우리를 잠에서 깨웠다. 고래들은 우리가 있는 해안을 가로질러 저 멀리 남쪽으로 갔다. 점점 아득해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항해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는 45L의 식수와 약간의 통조림이 있다. 마침 조류가 우리를 도왔다. 이 정도면 오늘 늦은 저녁 무렵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마을의 이름은 ‘테카포’이다. 인디언의 언어로 ‘조화로운’이란 뜻이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아름다운 말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처음에는 당시에는 뜻도 몰랐다. 매튜도 똑같은 느낌 이였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알기위해 단파 라디오를 켰다. 청명하게 들리는 마을 DJ의 목소리에 우리는 이 여행이 끝나가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고래를 목격한 것은 이 무렵이다. 향유고래 한 마리가 분수공을 새우며 크게 숨 쉬곤 자맥질해 들어가는 모습이 2Km쯤 앞에서 보였다. 마치 꼬리를 들어 인사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와 투명한 비닐로 ‘고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튜와의 통화

브라질에서 머물 때 내 숙소는 해변가에 있었다. 방 바로 앞에 모래와 야자수가 있었고, 그 몇 그루의 야자수를 지나면 나무로 만들어진 선착장과 대서양이 있었다. 매튜가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그는 뉴욕 맨하탄의 풀턴항에 있었다. 풀턴항은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섬의 남쪽에 있는 항구이다. 그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마침 바다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가 바라보는 물이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대상임을 알았다. 

 

땅을 관망해 보면 그 덩어리들이 서로 붙어있음을 알 수 있다. 바다로 인해 서로 떨어져 있는 섬들을 제외하곤 그렇다. 우리는 육지와 섬을 연결하기 위해 여객선이나 비행기를 운행하고 때론 다리를 놓는다. 그래서 결국 모든 땅들은 연결된다.  

 

나는 물을 좋아한다. 물의 모습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의연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우리가 서울과 태백의 강가에 각각 서 있다고 생각해보자. 각각의 장소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물은 하나의 덩어리이다. 우리가 만지는 물은 하나의 사물이다. 지구상의 물은 모두가 계곡에서 개울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은 마치 도시의 전화선처럼 곳곳으로 퍼져있다. 물은 유유하게 포용한다. 담대하다.

 

물고기를 위한 전망대

매튜와 나는 카누여행이 끝날 무렵 헤엄을 치며 놀았다. 유리 됫박을 뒤집어쓰고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런데 먼 바다에서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산봉우리만이 보였다. 카누에 높은 전망대가 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그러면 마을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때 수면 위로 부표가 보였다. 부표에서도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에선 부표가 보였던 것을 기억했다. 매튜는 마을 근처 산봉우리에서는 부표의 너머까지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더 높은 부표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산봉우리에 있는 전망대처럼. 그리고 우리의 관찰용 유리 됫박의 원리를 이용해 물고기들이 마을을 볼 수 있는 투명창도 달아 주기로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섬 같은 호수들

중앙아프리카에는 말라위와 탕기티카라는 호수가 있다. 여러 호수들 중에서도 이 둘은 과거에 원래 하나의 해연 이였다. 지각판이 움직였을 때 이들은 물 밖으로 나와 호수가 되었다. 호수에는 전부터 시크릿이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달라진 환경에서 각각 진화를 거듭하며 전혀 다른 색상을 갖게 되었다. 말라위의 시크릿은 봄옷의 색처럼 화사하다. 탕기니카의 시크릿은 겨울옷보다도 더 무거운 색을 띤다. 이 독특한 두 개의 호수는 물의 순환을 거스르고 바다와 내통하지 않는다. 참 특이한 지형이다. 

 

통로

나는 항상 물고기가 되어 바다를 유영하는 상상을 한다. 몸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중성의 부유가 나는 참 좋다. 

중앙아프리카의 두 호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각각의 호수를 연결하는 통로를 생각했다. 섬과 섬의 땅이 다리로 연결되는 것처럼 각각의 호수에 있는 물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각각 호수의 표고차를 극복하고 연결된 물들이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선 통로의 곳곳을 가압하거나 물이 이동하는 위치에너지를 이용해서 낮은 호수의 물을 지속적으로 길어서 다시 보내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유역변경식 발전 방법 중 전기 저장법을 응용하면 된다.

 

발견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것은 즐거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래서 우리는 관측을 통해 시각적인 선생 탐험을 실행한다.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던 장소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관측으로 인해 어느 정도 극복된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을 때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관측의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에필로그

두 호수에는 물고기를 위한 전망대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부표의 창을 통해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구리고 물속으로 연결된 통로를 이용해 각각의 장소를 왕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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