衆口難防 중구난방
▲ 이기호, Diamond, 스케이트 보드, 가변설치, 2012
어딘 지 모르게 산만하고, 들쑥날쑥, 정신 없는, 도저히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 그저 총체적 난관일 것만 같은 집합. ‘중구난방’은 복잡, 심란함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어느 문장 속의 주어임과 동시에 딱히 마주치고 싶지 않은 머릿속의 정전정도 일 것이다. 다시 바꿔 말하자면, 이놈 저놈 떠들어대는 탓에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경으로 대부분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어수선하기만 한 ‘중구난방’展은 할 말이 너무나 많아 시끄럽게 떠들어대야만 하는 지금의 시점을 열심히 피력하고 있는 그들의 집합이다. 여러 사람의 입은 막기 어렵다는, 그래서 그 큰소리는 쉽게 무시되기 힘든 속내를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 김영섭, ruhe bitte!, 사운드설치, 혼합재료, 2013
▲ 박대성, Room, Mixed Media, 61x53x11cm, 68x42x11cm, 40c60c11cm, 2008
▲ 이문호, FFS2, Inkjet Print, 65x44cm, 2013
▲ 이승현, B-variation276, 방안지에 펜, 연필 79x54.5cm, 2014
▲ 정재호, Nonplace, 아사천에 유채, 120x170cm, 2013
▲ 허수빈, 문, LED 도광판, 확산판, 나무액자 우레탄 도장, 120x3x210cm, 2013
▲ 홍기원, 眠眠, Paint and Object on Stainless Sheet, 20x30cm, 2014
▲박기진, 구슬픈 빙하, 나무 종이, 120x80x40cm, 2009 이문호는 실제 사건을 재현하여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담아내어 기억과 그 경험을 중첩시키며, 김영섭은 세상의 불필요한 소리들을 모아 시각, 청각의 방법으로 사회의 무의식적 세계를 강렬히 비판한다. 이재훈은 통상적인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기념비화하며 역으로 그것을 꼬집고, 박기진은 현대의 차가움 안에서 인간과 자연의 근원이 될지 모르는 부재된 생명체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정재호는 도시 공간에 대한 기억의 재조합과 더불어 불안감, 고독, 외로움 등의 감정이 중첩되며, 임승천은 픽션의 형식을 통해 현재의 불안한 인간상의 모습과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경률은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러 오브제들이 등장하는 공간을 재구성하며, 박대성은 환경과 생존의 방식을 집의 형태를 통해 확인해가며 주체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정상현은 실재의 오브제와 가상의 허구를 교차시켜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허수빈은 빛이라는 라이트 작업으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고 변형시켜 다양한 상상을 증폭시킨다. 이승현은 가상의 생명체를 바둑이라는 독특한 세계위에서 그려내며 그것이 점차 증식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이배경은 바람이라는 실체를 사진 연작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다시 눈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현상을 드러나게 한다. 이기호는 단단한 재질과 깊은 경지, 예술적인 면모 등을 다이아몬드와 보드의 공통점으로 연결하여 삶을 작업하며. 홍기원은 오브제와 이미지들을 복합적으로 이용하여 일상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번 ‘중구난방’展에서는 14명의 작가들이 모여 각각의 짙은 색을 내보이며 여러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여기저기에서 떠들어대는 그 말들이 어쩌면 꼭 바로 보아 귀 기울여야만 하는 ‘머리’와‘마음’의 만나는 현장일 수 있다. 다소 소란스러운 대화 안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자각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