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ype Wall 』
● Type Wall - 작품과 공간의 새로운 경계
고원석(전시기획자)
완성된 미술작품의 고전적인 형식은 늘 일정한 시공간을 ‘점유’하는 것이었다. 공간은 작품과 유리된 형식으로 동일하게 존재했고, 작품은 그 빈 공간에 독립적으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그 빈 공간을 규정하는 것은 ‘벽’의 몫이다. 벽은 불특정한 공간의 일부를 분리시켜 특정한 목적을 갖는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벽에 의해 대기는 장소가 된다. 그렇게 조성된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은 곧 그 장소의 속성과 맞물리게 된다. 내재하는 대상의 예술 작품으로서의 속성은 그 장소에 제도적 위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여된 장소의 권위는 다시 내부의 대상으로 하여금 예술 작품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하는 권력을 갖게 된다.
▲ 박기원, 북극(North Pole),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1
그렇게 장소의 권위가 부여하는 제도와의 달콤한 카르텔을 거부하고 새로운 소통의 언어를 모색하는 시도의 결과물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Type Wall은 작품이 존재하는 시공간과 분리되어 일정한 질량을 점유하는 기존 작품의 형식을 초월, 새로운 합일을 모색하는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출품 작가들은 이번 전시의 미학적인 지향점과 전시의 시공간적 요소를 수용한 새로운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개별 작가 및 2인으로 구성된 팀은 각각 하나씩 제공된 전시장 전체 공간을 활용한 하나의 설치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든 작품들은 ‘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시장의 공간적 요소들과 합일된 형식으로 존재하게 된다. 작품과 장소를 구분하는 상징적 속성으로서의 벽이 아니라 작품이 벽이 되고 벽이 작품이 되는 이번 전시의 속성은 그러한 구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
김승영 & 오윤석, 벽(Wall), 파벽돌, 사운드장비, 가변크기, 2011
박기진 & 임승천, 숨쉬는 벽(Breathing Wall),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