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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진(공간화랑)_월간미술 리뷰_2011년 11월호


박기진의 전시 <발견(Discovery)>은 중앙아프리카의 호수 말라위와 탕가니카, 그리고 두 호수에 사는 담수어종(種) 시클리드로부터 시작한다. 두 호수는 과거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가 지각 변동으로 분화되었고, 그 곳에 살던 시클리드도 두 호수로 갈라져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상이한 어종으로 진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작가는 두 호수를 물 속에서 하나의 통로로 연결하여 헤어졌던 물고기들을 만나게 하고, 수면에 물고기를 위한 부표(浮標) 형태의 전망대를 띄우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이 중 이번 전시에는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조망도와 함께 탕가니카 호수 바닥의 통로입구에 놓일 거대한 우물과 부표형 전망대가 설치되었다. 사실상 작가의 주된 관심은 프로젝트의 온전한 실현보다는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상징적 함의에 있다. 작가는 정체된 두 호수를 서로 연결하여 그 곳의 물을 순환하게 하고 언제나 관찰의 대상이 되는 물고기 - 시클리드는 대표적 관상용 열대어다 - 에게 바라볼 수 있는 주체의 위치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박기진의 이러한 시도는 인간과 자연의 균형적 관계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과 연장선상에 있다. 그간 작가는 인간과 자연이 이상적으로 공생하는 뉴질랜드의 카이코라, 오염되지 않은 깊은 해협에서 만난 향유고래, 녹아내리고 있는 '구슬픈 빙하', 열대우림과 해안이 공존하는 브라질의 바이아 등 자연 속의 인간이라는 일관된 주제에 천착해왔다. 그러나 이전 작업들이 실존하는 장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했음에도 반추상의 조각물로 제시되어 주로 작가의 상상을 기반으로 한 예술적 표현으로 여겨졌다면, 이번 전시는 구체적인 기능적 장치를 예술적 표현과 혼재하도록 함으로써 실제와 허구의 중간적 위치에서 관객을 혼란케 한다. 실제처럼 보이는 우물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물결이 투사되는 영상작업이고, 그저 조형물처럼 보이는 전망대는 기성의 부표 설계도에 입각하여 정밀한 기능적 요소들을 탑재해 만든 실제 장치다. 이러한 상이한 존재론적 층위가 교차하는 작품의 양상은 관객의 판단을 유보시키고, 다만 그들에게 싸늘한 전시공간을 막연히 호수의 깊은 물 속으로 느끼게 할 따름이다. 박기진은 특유의 '육중한 섬세함'으로 보이는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철저히 계획하고 실행하며,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가리켜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발명(明)'이 아닌 미처 찾아내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발견(見)'이라 부르고 있다.

박기진의 <발견>은 그림자가 그 물체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실제지만 빛이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사라지고 만다는 점에서는 허상인 것처럼, 보는 사람이 어떠한 배경지식을 갖고 어떠한 감수성으로 접근하냐에 따라 사실에 근거한 실제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허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시는 그 자체로 완결적이지 않아 이전 작업을 추적해가고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한다. 이러한 모호함과 확장성이 누군가에게는 불친절함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열린 가능성으로 여겨질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도 그의 '발견'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그 여정을 긴 호흡으로 지켜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신혜영 |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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